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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스토리

유행을 넘어 가치를 선택하다, 디앤디파트먼트의 디자인 철학

by urmore 2025.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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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최고의 유동 인구를 자랑하는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이곳의 정식 명칭은 시부야 역전 교차점(渋谷駅前交差点)으로, 도쿄 굴지의 번화가이자 유행의 발신지인 시부야를 관통하는 5개의 도로가 교차하는 곳이다.

대형 쇼핑몰과 각종 상업시설이 몰려 있는 이곳에 녹색불이 켜지는 순간, 모든 방향에서 오는 차가 일제히 멈추면서 최대 1천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거리를 건너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그런 이유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교차점'이란 별명이 붙었으며, 이 주위를 둘러싼 대형 스크린에는 화려한 광고판으로 도배되어 있어 마치 뉴욕의 타임스퀘어를 연상시킨다.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 Wikipedia

이곳은 단순한 교통로가 아니라, 일본 트렌드와 서브컬처의 중심지다. 그 교차로 인근에는 옛 문화회관을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 ‘시부야 히카리에(Shibuya Hikarie)’ 가 있다. ‘시부야에 빛을 비춘다’는 뜻을 가진 이 건물은 1956년에 설립된 도큐문화회관을 새롭게 해석한 공간으로, 현재는 백화점, 레스토랑, 공연장, 디자인 전시장이 모여 있다.

그중에서도 히카리에 8층은 ‘Creative Space 8/COURT’라 불리며 일본 디자인의 중심지로 기능한다. 바로 이곳에 '롱 라이프 디자인' 철학을 추구하는 디앤디파트먼트(D&DEPARTMENT)의 야심작 d47이 입점해 있다. 이곳은 일본 47개 도도부현에서 수집한 제품과 문화를 전시하며, ‘지역성과 지속성’을 디자인으로 연결하는 독창적인 철학을 보여준다.

D&DEPARTMENT
© D&DEPARTMENT

창립자 나가오카 겐메이의 문제의식: 재활용에서 찾은 디자인의 본질

'센스가 있다', '멋스럽다'는 것은 유행의 최첨단을 걷는 의상을 걸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청바지에 새로운 의상을 조합하려는 의식이 '멋'이며, 그 조화가 균형을 잘 이룬 상태가 '센스'라는 것이다.
- 나가오카 겐메이의 <디자이너 생각위를 걷다> 중

나가오카 겐메이(長岡賢明)는 원래 광고 디자이너였다. 그는 제품의 출시부터 폐기까지 이어지는 사이클이 생각보다 짧은 것에 회의를 느꼈다. 그가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은 단순히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용에 문제없는 '롱 라이프 디자인(Long Life Design)'이었다.

그는 취미로 사들인 중고 물건 중 여전히 쓸모 있는 제품이 많은 것을 발견하고, '만들지 않고 재활용하는 디자인 사업'을 구상하게 된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디앤디파트먼트 프로젝트(D&DEPARTMENT Project)다. 여기서 각 명칭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 D: 나가오카 겐메이가 추구하는 'Long Life Design'
  • Department: 백화점처럼 디자인과 품질이 보장되고 기분 좋게 들를 수 있는 장소
  • Project: 아직 완성되지 않은 참여형 실험의 장

그 후 2000년, 도쿄 세타가야구에 디자인과 리사이클링을 결합한 생활용품점 '디앤디파트먼트'를 오픈한 겐메이는 일본 전역을 다니며 롱 라이프 디자인 상품을 찾기 시작했다. 그 경험을 토대로 2009년, 디자인 관점의 로컬 여행 잡지 <d 디자인 트래블>을 창간했고, 2012년에는 일본의 47개 도도부현에서 수집한 디자인 제품을 한데 모아 도쿄의 시부야 히카리에에 'd47 design travel store'를 오픈했다.

d47 design travel store
d47 design travel store © D&DEPARTMENT

이 공간은 세 가지 섹션으로 나누어진다.

  • d47 MUSEUM: 일본 47개 지역의 장인정신과 공예품 전시
  • d47 STORE: 지역별 디자인 상품 판매
  • d47 SHOKUDO: 각 지역의 식재료로 만든 요리 제공

즉, 이곳은 단순한 상점을 넘어 디앤디파트먼트가 제안하는 디자인 철학과 지역 특산품 그리고 건강한 식문화까지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의 집약체다.

한국 업체와의 협업

2013년, 한국의 디자인 소품 업체 밀리미터밀리그람(MMMG)과 협업 하에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을 오픈했다. 뒤이어 2020년에는 제주의 예술 문화 기업인 아라리오와 협업하여 '제주 아라리오점'을 오픈하기에 이른다. 특히 제주점은 나가오카 겐메이가 창업 때부터 구상해 온 호텔 d room을 최초로 선보인 곳이기도 하다.

디앤디파트먼트 제주 아라리오점
디앤디파트먼트 제주 아라리오점 © D&DEPARTMENT

생활 디자인에서 식음료와 숙박업까지 확장하는 디앤디파트먼트의 행보는 무인양품의 사업 방향과 자주 비교된다. 두 브랜드 모두 ‘생활과 디자인의 융합’을 추구하는 면에서는 비슷하지만, 철학의 뿌리는 확연히 다르다. 무인양품이 해외에서조차 철저히 '무지다움'을 찾는 파운드 무지를 구상했다면, 나가오카 겐메이는 그 지역의 개성을 존중하면서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삶을 향한 디자인, 나가오카 겐메이의 메시지

좀 더 나이를 먹으면 '나의 인생은 사실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죽을 때까지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경우, 그것이 자기만의 성공을 위한 것이라면 시시한 일이다. 효율적으로 살자는 게 아니라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 나가오카 겐메이의 <디자이너 생각위를 걷다> 중

일본의 기획력이나 편집력이 설령 비슷하다 할지라도 나가오카 겐메이의 어록은 인생 선배로서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오너로서 그는 자신의 사업이 개인이 아닌, 세상을 위한 일이라는 좀 더 큰 시각에서 보고 있다. 그렇기에 우선 보기 좋은 인스턴트 디자인이 아니라, 오래도록 가치를 발휘하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발견한 게 아니었을까?

유행은 지나가지만 가치는 남는다. 빠르게 소비되는 트렌드 속에서 느리지만 오래가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나가오카 겐메이의 철학은, 물건을 넘어 우리 인간들의 삶에도 적용될 수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