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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상식

평화의 추장이 남긴 도시, 시애틀의 숨겨진 역사

by urmore 2025.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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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서부 워싱턴주에 위치한 시애틀. 스타벅스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의 본거지로 유명한 이 도시의 이름이 한 원주민 추장에게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미국 서부 개척 시대와 인디언 이주법

옛날 미국 서부의 북쪽 끝, 지금의 워싱턴주에는 여러 부족의 원주민이 살고 있었다. 그중에는 스쿼미시(Squamish)라는 부족도 있었는데, 스쿼미시 추장은 아들이 태어나자 그의 이름을 시애틀(Seattle)이라 지었다.

19세기 아메리카 원주민 © Wikimedia Commons

19세기 초, 미국은 영국과의 독립전쟁에서 승리하며 완전한 주권을 확보했다. 이어 ‘서부 개척(Manifest Destiny)’ 이라는 이념 아래 영토 확장에 나섰는데, 이 정책을 설계한 대표 인물이 바로 아래의 두 사람이다.

  • 토머스 제퍼슨(3대 대통령): 원주민을 백인 정착지로부터 멀리 이주시킬 것을 주장
  • 앤드류 잭슨(7대 대통령): 1830년 인디언 이주법(Indian Removal Act) 제정

이에 따라 수많은 원주민이 인디언 거주 구역인 오클라호마로 강제 이주당했다. 그 과정에서 굶주림과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 길은 '눈물의 길(Trail of Tears)'이라 불리게 되었다.

The Trail of Tears, Robert Lindneux, 1942 © Britannica

평화를 선택한 추장, 시애틀

이와 달리 평화적으로 양도된 땅도 있었다. 바로 워싱턴주에 살고 있던 스쿼미시족의 추장 시애틀이 그 주인공이다.

때는 1854년, 그동안 미국이 원주민 이주 정책으로 대부분의 영토를 획득하는 동안 꼬마였던 시애틀은 어느새 장성하여 추장이 되었다. 당시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피어스가 땅을 팔라고 제안하자 시애틀은 다음과 같은 답신을 보냈다.

그대들은 어찌하여 저 하늘과 땅의 온기를 사고팔 수 있는가? 공기의 신선함과 반짝이는 물은 우리가 소유하고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팔 수 있단 말인가? 한 가지는 알고 있다. 우리 모두의 신은 하나라는 것을. 결국 우리는 한 형제임을 알게 되리라.

이 서신은 원주민 언어에 능통했던 헨리 스미스에 의해 번역되었다. 시애틀이 한 형제임을 강조하며 평화 협상을 제안하자, 이에 감명받은 프랭클린 피어스 대통령은 그의 이름을 따 이 지역을 시애틀이라 명명하였다.

시애틀 추장 동상 © Wikimedia Commons

그런 이유로 시애틀에는 곳곳에 시애틀 추장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그중에서도 파이어니어 광장(Pioneer Square)에 있는 동상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데, 바로 시애틀 추장과 평화협정을 맺은 후 도시 계획이 처음으로 이루어진 장소이기 때문이다.

시애틀의 또 다른 역사, 언더그라운드 시티

그러나 시애틀은 평화로운 도시 건설 이면에 의외의 문제로 시달렸다. 도시 지대가 해수면보다 낮아 밀물 때마다 하수구가 역류한 것이다.

설상가상 1889년, 대화재가 발생하며 도시의 3분의 2가 잿더미로 변했다. 이에 시 정부는 도시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대대적인 개혁을 감행한다. 그동안 속 썩여 왔던 하수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대를 한 층 높이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예전의 1층은 지하로 묻히고, 새롭게 조성된 2층이 현재의 도로가 되었다.

Seattle Underground Tour © Alamy stock

이 흔적은 언더그라운드 투어(Underground Tou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언더그라운드 투어란 대화재로 지하에 묻힌 예전의 1층 모습을 찾아가는 여행이자, 시애틀의 독특한 도시 재건 역사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다.

시애틀 추장의 철학과 개척의 의미

죽은 사람이라고 완전히 힘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사실 죽음이란 없다. 단지 변해가는 것일 뿐.
- 1854년 시애틀 추장의 연설문 중

이제 서부 개척의 시대는 끝이 났지만, 새로운 개척의 시간은 또다시 다가오고 있다. 그러니 삶은 '개척'의 연속이 아닐까? 시애틀 추장의 어록처럼 과거는 없어지는 게 아니라 단지 변해가는 것일 뿐이다.

그의 이름을 딴 도시 시애틀은 지금 글로벌 IT 기업의 본거지로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고 있지만, 그 땅 아래에는 평화를 선택했던 한 추장의 정신과 지하에 묻힌 옛 도시의 흔적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