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최고 번화가인 5번가(Fifth Avenue)는 세계적 명품 브랜드가 즐비한 거리다. 그 휘황찬란한 분위기에 걸맞게 이곳의 임대료는 비싸기로 유명해 '세상에서 가장 비싼 거리'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곳에는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오드리 햅번이 등장했던 티파니앤코를 비롯해 구찌, 디오르 등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브랜드가 로드숍 형태로 들어서 있다.

이 화려한 5번가가 끝나는 지점에는 남북전쟁의 영웅 셔먼 장군의 동상과 영화 <나 홀로 집에 2>의 촬영지였던 플라자 호텔이 자리하며, 그 뒤로 센트럴 파크(Central Park)의 거대한 녹지가 펼쳐진다.
뉴욕 5번가에서 시작된 ‘자연으로의 탈출’
무려 50여 블록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구간에 걸친 센트럴 파크는 도시공원의 선구자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와 칼베르 보(Calvert Vaux)의 Greensward Plan에 의한 결과물이다. 특히 옴스테드는 도심 공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설파했다.
지금 여기에 공원을 만들지 않으면 100년 후에는 이만한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다.
-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
19세기 중엽의 뉴욕은 이민자들이 몰려들며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농장과 판잣집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면서 도시는 점점 무질서하고 비위생적으로 변해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 정부는 도시를 재정비하고 녹지 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공모전을 열었는데, 이때 선정된 작품이 바로 옴스테드와 칼베르 보의 'Greensward Plan'이었다.

옴스테드는 원래 언론인이었다. 그는 영국 여행 중 방문했던 버켄헤드 공원(Birkenhead Park)의 방대한 녹지와 호수를 보며 깊은 영감을 받았고, 이에 공원의 필요성을 확신하게 된다.
이후 그는 친구를 통해 건축가 칼베르 보를 소개받았으며, 그때 마침 뉴욕시에서 조경 공모전이 열리자 두 사람은 도심과 자연의 숲이 어우러진 Greensward Plan을 구상하게 된 것이다.
공원 철학: 모두를 위한 '민주적 공간이자 문화의 허파'
옴스테드와 보는 공원이 부자와 가난한 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민주적 공간이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들의 설계는 자연의 숲과 도시의 편의시설이 공존하는 구조였다. 이에 따라 843에이커(약 100만 평)에 달하는 센트럴 파크가 조성되기 시작했고, 이후 수십 년간의 보수와 시민 참여를 통해 완성되었다.

센트럴 파크는 단순한 녹지가 아니다. 공원 남쪽에는 호텔 존(Hotel Zone), 동쪽에는 명품 거리 5번가, 북동쪽에는 ‘박물관 마일(Museum Mile)’ 이 이어진다. 이곳에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 등 세계적인 문화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인간적인 도시, 뉴욕의 ‘심리적 피난처’
공원을 나서며 다시 마주하는 5번가의 빛나는 쇼윈도는, ‘도심에서 자연으로의 최단 거리 탈출’ 이라는 옴스테드와 보의 철학을 완벽히 증명한다.
이처럼 센트럴 파크는 주민들은 물론, 박물관을 찾는 사람과 공원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까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이곳에 들어서면 뉴욕의 또 다른 정체성을 느낄 수 있다. 빽빽한 빌딩숲 사이로 바쁘게 움직이는 뉴욕이 아니라 늘어진 티셔츠를 입고 소박한 도시락을 싸와서 여유를 즐기는 소시민적인 뉴욕의 모습을 말이다. 뭔가 억지로 하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느껴지는 것, 이것이 바로 센트럴 파크의 존재 가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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