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Agora)에서 비롯되었다. 아고라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뜻으로, 고대 도시국가 폴리스(Polis)의 중심이었다. 바로 이 아고라에서 사람들은 토론을 벌이고 집회를 열거나 상거래를 하는 등 대부분의 활동이 이루어졌는데, 이러한 공론의 장은 훗날 민주주의의 뿌리가 되었다.

이후 그리스 문화는 로마 시대를 거치며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그 영향으로 대부분의 유럽 도시는 광장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길은 광장으로 이어진다.
신대륙의 광장, 뉴욕 타임스퀘어의 등장
그렇다면 유럽의 새 역사가 쓰인 미국은 어떨까? 미국 역시 유럽에서 건너온 조상들의 영향을 받아 비슷한 형태로 광장이 조성되었다. 하지만 그중에는 매우 특이한 광장도 있다. 바로 세계 경제의 중심이자 인류의 멜팅팟이라 불리는 뉴욕의 타임스퀘어(Times Square)다.
일반적으로 광장이라 하면 차가 다니지 않고, 한적하게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타임스퀘어는 그런 상식을 완벽하게 무너뜨린다. 보행자 전용도로가 있긴 하지만, 그 옆에서 차가 쌩쌩 달리는 이곳에선 멍 때리는 공간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삼각형 광장의 비밀: 원주민이 만든 브로드웨이
타임스퀘어는 ‘스퀘어(Square)’라는 이름과 달리 삼각형의 구조로 되어 있다. 미국의 도로 체계는 유럽을 닮아 바둑판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뉴욕 맨해튼에는 특이하게 대각선으로 뻗은 도로가 있다. 바로 그 이름도 유명한 브로드웨이(Broadway)다. 이는 과거 원주민들이 다니던 길이 그대로 현대까지 남은 것이다. 이 브로드웨이가 바둑판 도로를 지나가면서 사각형이 조금씩 어그러지다가 7번 애비뉴와 만나는 순간 꼭짓점을 이루며 삼각 구도를 형성하는데, 이 일대 광장이 바로 타임스퀘어다.
원래 이 지역은 롱에이커 스퀘어(Longacre Square)로 불렸지만, 1904년 ‘뉴욕 타임스(New York Times)’ 본사 건물이 들어서면서 ‘타임스퀘어’로 개명되었다.

광고가 만들어낸 독특한 광장 문화
이 삼각형의 공간에는 매일 수십만 명의 사람과 차량이 지나간다. 뿐만 아니라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마천루 외벽으로 현란한 광고판이 쉴 새 없이 돌아가는데, 특히 원타임스퀘어(One Times Square)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광고 장소’로 유명하다. 일례로 광고 하나당 연간 몇십억 원에 달한다고 하니, 다시 한번 뉴욕의 경제력을 실감케 한다.

이렇듯 타임스퀘어는 자연경관이나 유적이 아닌, 광고와 사람의 에너지로 완성된 인공적 광장이다. 시에서 예산을 투입한 게 아니라 기업이 홍보를 위해 내건 광고들이 도시의 미학을 만들었고, 그 결과 사람들은 이곳을 찾아 '현대 문명의 심장'을 체험한다. 이것이 바로 타임스퀘어만의 독특한 정체성이다.
과거 원주민들이 다니던 길 위에 유럽식 도시 계획이 덧씌워지고, 그 위에 신문사가 들어서면서 광고판이 세워지고, 범죄의 온상에서 세계 최고의 관광지로 재탄생한 이곳의 역사는 뉴욕의 역사 그 자체다.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가 민주주의의 요람이었다면, 타임스퀘어는 자본주의와 대중문화의 요람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21세기 현대 도시 광장의 새로운 정의이자, 타임스퀘어가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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